"아버지가 나만 빼고 모든 재산을 기부했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언니한테만 모든 걸 증여했더라..." 상속은 때때로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상속인이 최소한의 몫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있죠. 그렇다면 과연 다른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류분'과 비슷한 개념을 가진 나라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흥미로운 상속 제도를 함께 살펴볼까요?
1. 대륙법계 국가들: '가족의 울타리'를 중요시하다
우리나라처럼 가족의 공동체적 유대와 상속인의 생존권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륙법계 국가들은 대체로 유류분 제도를 인정합니다.
① 독일: 독일에는 '의무분(Pflichtteil) 청구권'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류분과 매우 유사한데요. 피상속인의 자녀, 배우자, 그리고 등록된 동반자에게 의무분을 인정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형제자매는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되었는데, 독일 역시 형제자매에게는 의무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② 프랑스: 프랑스 역시 우리와 유사한 유류분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을 유류분으로 보장합니다.
③ 일본: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민법에 유류분 제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류분 청구권은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게만 인정하며, 형제자매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최근 유류분 반환 방식 등에 대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2. 영미법계 국가들: '유언의 자유'를 존중하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들은 '유언의 자유'를 매우 폭넓게 인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의미의 유류분 제도는 없는 경우가 많죠.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든 물려줄 자유가 원칙적으로 강하게 보장됩니다.
① 미국: 미국은 유류분 제도를 직접적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유언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유언장에서 상속인이 제외되었다면, 해당 상속인은 유언장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유언을 작성할 당시 유언자의 정신적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유언 자체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권리를 찾으려 합니다. 다만, 모든 상속인을 무조건 배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부 주(state)에서는 배우자의 상속권을 보호하기 위한 '배우자 몫(Elective share)'과 같은 제도를 두어, 배우자가 유언과 관계없이 일정 비율의 재산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② 영국: 과거에는 유언의 자유가 매우 강력했지만, 유언 내용이 너무 불합리하여 상속인이 부당하게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1938년 '유족 유산 분여법(Inheritance (Provision for Family and Dependants) Act)'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법은 유언으로 인해 상속인이 충분한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 법원에 청구하여 생활비 명목의 재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유류분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특정 상속분에 대한 고정적인 비율을 보장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3. 흥미로운 사례: 억만장자 상속 전쟁과 유류분!
실제로 해외에서는 유류분과 관련된 흥미로운 상속 분쟁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나 억만장자가 사망하면서 자신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족이 아닌 미술관이나 자선단체에 모두 기부하는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유족들이 "아무리 유언이라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야 하지 않느냐"며 유류분(또는 유사 제도)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유언의 자유가 강하기 때문에, 유족들이 유언의 유효성을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언 당시 고인이 치매 상태였다'거나, '특정인이 고인을 강압하여 유언을 조작했다'는 등의 주장이 법정에서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는 유류분이 없기에 유언 자체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죠.
4. 마치며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넘겨받는 것을 넘어, 한 가문의 역사와 가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각 나라의 상속 제도는 그 사회가 가족과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줍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가족의 화목이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만큼, 상속 문제에 있어서도 각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혜롭게 해결하여 가족 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상속 계획은 미리 세우고, 복잡한 문제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 유류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유류분이란? 유류분 반환 청구, 유류분 청구 막는 법, 사례를 통한 계산
"얘야, 아버지가 말이야... 글쎄, 돌아가시기 직전 전 재산을 교육단체에 기부하셨단다. 너희들한테는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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